오랜만에 적어보는 생존기!
신기하게도 나의 허접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도 생기고, 구독자도 생겼네..!
블로그에 글을 적는게 계속 마음속에 숙제처럼 남아있었는데, 한동안 시간적으로 마음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아서 쓰지 못했다. 오랜만에 마음을 좀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가 떠올라 들어오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나는 아직 그때 그 같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회사도 나도 생존하고 있다.
하지만 잘~ 지냈다고 말할 수는 없는게, 그동안 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1. 3개월 수습 기간 종료 후 퇴사를 결심하다.
사실 이걸 어떻게 정리해서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생존기를 적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면접을 보고 입사할 때, 대표님께서 3개월의 수습기간을 얘기하셨다. 하지만 수습기간이라고 월급을 제하고 준다거나 이런 게 없고 정상 월급에 3개월동안은 우리 서로 합이 맞는지를 보자고 얘기를 하셨다.
사실 그때 내가 취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먼저 제안이 와서 들어간 것이었기 때문에 나도 그 회사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을 때 대표님이 "3개월동안 월급 다 주면서 공부시켜준다는데 뭘 고민하느냐" 하면서 약간은 질척(?) 거려주셔섴ㅋㅋ 나도 감사한 마음과 함께 큰 부담감 없이 입사하기로 결심하기도 했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보니, 내가 준비했던 백엔드 개발자가 아니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해야 하게 되었고 (하지만 해보니 나는 프론트쪽일을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프론트쪽 기술도 내가 처음 써보는 리액트라는 기술을 처음부터 새로 배워서 써야해서 엄청 고생을 했다. 또 경력자분도 계시다고 해서 그분께 배울 겸 들어간 것도 있었는데, 그분도 리액트는 처음 써보는거라 초반에 둘이서 엄청 삽질을 하면서 꾸역꾸역 일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여러 가지 강연과 대기업의 기술블로그에 나오는 온갖 완벽한 절차, 협업툴, 코드 리뷰, 라이브러리를 쓰지않고 우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컴포넌트들 등을 모두 따르길 바랬고 나와 동료 개발자는 다가오는 출시일에 절대 못맞출 것 같다는 확신이 들면서 인원 충원을 계속 요청했다.
결국 코드리뷰도 보류, 라이브러리 사용 도입 등을 시도하면서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게 되었지만 300페이지로 가득찬 화면 기획서(지금도 계속 추가되고 수정되고 있는 미친 기획서...)를 보며 옆팀의 경력자 분들은 "너네 둘이 이거 절대 다 못해"라고 조언해주시기도 했었다.
프론트 인원 충원 얘기는 입사 2개월차부터 나왔었는데, 한 달 동안 사람이 뽑히기는 커녕 내가 의지하던 직원들(백엔드 1명, 기획자 1명) 두명이 퇴사를 결정하셨고 그 쯤 회사 분위기도 굉장히 뒤숭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회사의 서버개발자는 딱 한명이었는데, 그분이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은 그 서버와 테이블(누구나 보면 이해할 수 있게 만든 FM 스타일은 아니었다.)을 새로온 사람이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직원들 사이에 불안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퇴사자들의 가장 큰 퇴사 이유는 대표님과의 성격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표님은 35세 정도 되는 젊은 대표이다. 국내, 해외를 오가며 컨설팅 일을 오래 했던 분이고, 대표를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발로 영업을 뛰면서 국내의 꽤 탄탄한 운동업체에서 투자를 받고, 또 본인이 마지막에 일했던 대기업 자회사의 투자를 받아 이 회사를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면접때도 엄청 스피치에 강하다는 느낌이 있었고, 어디가서 영업은 잘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잘하고 추진력도 있어서 대표로서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p.s. 혹~시 우리 대표님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 밑으로는 읽지 마시고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대표님 화이팅 :)
사실 나도 처음 입사했을 때 부터 약간 불안불안 했던 것이 대표님의 성격이었다. 우리 대표님은 젊은 대표이기도 하지만 또한 젊은... 꼰대이다...ㅋㅋㅋ 그렇다고해서 진중한 스타일은 또 아니어서 선넘는 농담도 잘하는 편이다. 참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뭐 그런점은 애교로 넘길 수 있고... (못넘겨!!!!! 아니야... 일단 걍 넘긴다고 해두자...)
거기에 더해 그런 의도는 아닐거라고 믿고싶은 은근한 야근 강요, 열정 강요, 남을 까내리는 말투 등등의 어떤 그런것들이 있었다. 나도 몇가지 트러블이 있을 뻔 했으나 어찌저찌 넘어가고, 신입이라는 방패 아래서 불구경하듯이 다른 사람들의 갈등을 관찰하며 지냈었다.
특히 당시 한 명뿐인 백엔드 개발자와의 마찰이 꽤 심했는데, 둘 다 파이터 기질이 있는데다가, 백앤드 개발자분은 자기의 기술적인 영역에 누가 훈수를 두는 걸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우리 대표님은 자신이 어디선가 들었던 카더라 개발론과 지식들을 자꾸 던지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계속 심해졌다.
물론 트러블의 원인제공은 대표님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받아치는 백엔드 개발자님의 말투와 태도도 너무 심할 정도로 공격적이었어서 나는 그 둘이 싸울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느낌으로 ㅎㄷㄷ하며 눈치를 보고 속으로는 팝콘을 냠냠 먹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너무 열이 받은 백엔드 개발자님이 먼저 퇴사 선언을 해버렸고, 그 뒤를 이어 벼르고 있던 기획자님도 퇴사를 선언해 버린 것이었다...ㅠㅠ
대표님은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내가 이러려고 대표하게 아닌데!! 하는 현타가 온 것 같았다. (실제로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열받아서 다 때려칠까 했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면접을 계속 봐도 맘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하니 점점 초조해지고 큰일났다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속해있던 프론트팀도 위기였던 것은 마찬가지, 이제야 겨우겨우 api를 붙이며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갑자기 백앤드가 사라지니 안그래도 노답인데 더 답이 없어지는 상황이었고... 나는 진짜 이회사를 어쩌지... 하면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매일 매일 주말까지 일해도 답이 없는 상황이었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도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대표님께 재택근무를 요청하기도 해보았고, 필요하면 지원해주겠다던 공부에 필요한 도서 등을 요청했는데 피드백도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고통받고 있던 어느 금요일, 대표님이 리더급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 그 회의가 끝나고나서 뜬금없이 대표님과 우리 팀 리더님이 나에게 우르르 달려왔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던 다른 프론트 개발자분은 일이 있어 먼저 퇴근하신 상황)
그러더니 나에게 하는말,
- 대표님: "다음주부터 일정 차질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 나: ???
- 대표님: "지금 웹 프론트팀은 Can do 의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나: ???
하하 듣다듣다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날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맞ㅈㄹ을 했다.
- 나: 대표님 우리 일정 변경했어요?
- 대표님: 일정은 그대로죠.
- 나: 사람 새로 뽑았어요?
- 대표님: 사람은 뽑고 있는 중이죠.
- 나: 그럼 상황이 바뀐게 없는데 용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결돼요? 지금 우리가 Can do 의식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걸로 보이세요?
- 대표님: 그러니까 내말은... 그래 내가 이런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주말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해주세욧!!
- 나: ....? 대표님, 그건 대표님이 강요하실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 안하셔도 저는 지금 그렇게 하고있어요. 주말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하고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안되는 상황이잖아요?
- 대표님: 그러면 "00님(나)"이 "XX님(나의 경력자 선배)"하고 "@@님(나의 팀 리더)"도 주말에도 새벽에도 일하라고 얘기하세요! 혼자서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팀원이 다같이 해야죠!
- 나: ??? 이게 지금 무슨소리에요?
대략 이런 상황을 마치고, 대표님은 자리로 돌아가서 갑자기 키보드를 겁나 탕탕탕 두들기면서 뭔가를 쓰기 시작하더니 슬랙(회사 커뮤니케이션 툴)에 엄청난 장문의 글과 함께 아래와 같은 사진도 남겼다.
(...장문의 글은 생략, 아래는 그 밑에 또 추가하신 글과 사진)
그날 결심했다.
'아 나는 저 전투에 임하지 않고 싶고, 지옥에서 당신과 저녁 먹기 싫다.'
2. 퇴사 결심을 알리다.
일단 퇴사각은 섰고 언제 어떻게 얘기하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된 다음날 토요일, 평소 야근과 주말출근을 함께 자주 했던 친한 옆팀 개발자에게 먼저 알려주기로 했다. (예전에 둘 중에 한명이 퇴사하게 되면 꼭 먼저 알려주자고 약속했었음)
카톡으로 '저는 떠납니다...' 했더니 전화가 왔다. 그분도 그날 상황을 보고 예상은 했다고 한다며, 내가 나가면 자기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울먹거리면서 아쉬워해줬다. 내가 주말에 짐좀 먼저 챙기러 간다고 하니, 자기도 출근해야겠다고 해서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만나서 새벽 5시까지 수다를 떨면서 일을 마저 하고 나는 짐정리를 좀 해두었다.
그렇게 퇴근하고 일요일이 되었는데, 그 개발자분이 자기가 대표님이랑 얘기좀 해보면 안되겠냐고 자기가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다고 아주 당돌하게 말하는데(나보다 세살인가 네살 어리심ㅋㅋㅋ) 피식 웃기면서도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그러시던가 알아서 하라고했다.
그리고 고민끝에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이 되니 나는 마음이 좀 더 확고해졌고, 우리 팀원들에게 먼저 말하는게 맞겠다 싶어 오전 회의 끝나고 커피 한잔 하면서 말씀을 드렸다. 다들 그날 상황과 저 장문의 글을 보고 예상은 했었다며, 본인들도 이직준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날 같이 밥을 먹으며 거의 처음으로 대표님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모두 비슷한 생각과 마음(답답하지만 애잔하지만 짜증나지만 나쁜사람은 아니지만 열받는...?)을 가지고 있었구나 알게 되었다.
우리팀이 밥을 먹는 동안 그 옆팀 개발자님은 고맙게도 대표님께 먼저 면담 요청을 해서 자기가 생각했던 따끔한ㅋㅋㅋ 충고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나까지 나가면 우리 회사 망할 거 같다고 사과하라고 말했다고 한다ㅋㅋ)
그리고 나서 우리팀+대표님 주간 회의가 있었고 그 회의가 끝나고 대표님께 얘기좀 하자고 했다.
나는 내가 화가 났던 저런 상황들을 이야기 했고, 대표님도 자기가 그런 의도로 얘기한게 아니라며 사과를 하셨다. 그치만 내가 확실하게 마음 정리를 했던 계기에는 저런 상황과 대표님의 말뿐만 아니라 업무적인 것도 있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얘기를 하고 퇴사 얘기를 꺼냈다.
그 때 내가 했던 얘기를 요약하자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일손이 부족하고 진도가 안나가는건, 리액트를 써 본 경력자가 없기 때문인게 크다. 우리팀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예 안 써본 기술을 가지고, 기획도 엉망, 백엔드도 엉망인 상황에서 일정을 맞출 수 없다. 그냥 내가 수습 종료인 이 시점에 나갈테니 내 월급을 보태서 엄청 엄청 잘하는 리액트 개발자를 뽑아라."
라고 조언을 해드렸다.
사실 내가 열이 받았던 것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현실적으로 이 상황에서는 일이 끝날 수 없는게 맞기 때문에 내가 떠나고 내 월급을 보태 경력자에게 쓰는 게 win-win 이라는 생각이 컸고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대표님은, 자기가 원하는건 그런 기술만 높은 사람이 아니라며, 그런걸 원했으면 자기는 이미 프리랜서를 썼을 것이라고 했다. 자기는 나와 일하고 싶고, 이 회사에 애정을 갖고 성장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사람들이 나가서 너무 힘든데 다시 생각해봐달라며 이따 퇴근하고 술이나 한잔 하면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퇴근 후 술 한잔 하면서 2차전을 하며, 대표님은 자기가 했던 말의 의도와 생각을 얘기한다는 명목하에 또 다시 내 말을 잘라먹으며 말꼬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때 나도 술김에 대표님의 태도와 말투에 대해 조금 더 후벼파는 얘기를 하게 되었고 할 말을 다 쏟아내고 나니 이상하게 후련해졌다.
술집이 코로나로 일찍 문을 닫아서, 나와서 대표님이 담배피는걸 기다려주면서 남은 얘기를 마저했다. 그쯤부턴 이미 한바탕 주먹다짐 하고 난 초딩들처럼 틱틱대는 말장난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기가 재택근무도 다시 고려해볼거고, 경력자도 진짜 열심히 뽑고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면서 악수를 청해서, 나도 거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악수를 하고 다시 회사에 남기로 했다.
3. 그리고 남은 자들의 근황
하아 그렇게 난리가 난 지 이제 두 달이 지났다. 대표님은 약속했던 대로 나 포함 모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락해주셨고 나는 이삿짐을 싸서 바닷가의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다. 지금은 고개를 돌리면 예쁜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의 집에서 이 글을 적고 있다. 사무실 출근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한다.
다행히 새로운 백엔드 개발자 분도 오셨고, 나와 둘이서 처음부터 프론트엔드를 하던 개발자님은 최근에 백엔드로 넘어가셔서 새로오신 백엔드 개발자님을 보조하고 계신다. 새로운 백엔드 개발자님은 엄청난 FM스타일의 업무처리를 하시는 분이면서도 엄청난 논리와 사람을 후벼파는 말투를 가진 말싸움꾼이시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대표님이 요새는 그걸 절대 맞받아 치지 않고 엄청 참고 참으며 맞춰주고 있고 사리가 만들어 지고 있는게 보여서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ㅋㅋㅋ 이러한 고생 속에서 대표님도 점점 대표의 자질을 갖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제 일하다 말고 회사 디자이너에게 보이스피싱을 해서 직원을 울린 걸 보면, 아직 철이 더 많이 들으셔야 한다.
나에게 약속하셨던 리액트 경력자 직원도 드디어 뽑아주셨다. 리액트 경력자님은 속도도 엄청 빠르고 많은 기술과 라이브러리를 경험해보셔서 센스와 기술 선정, 코드스타일 등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으신 분이다. 그분이 오신 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그 사이에 같이 고객사에 가서 시연도 해야 했고 여러가지 큰 작업들이 좀 있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나고 돌이켜 보니 퇴사 반란 실패 이후 두 달정도는 내가 상상했던 스타트업 직원의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업무량도 많았다!)
4. 출시 준비
이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다리고 있는 고객이 있어서 그 고객사에 약속한 일정에 출시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최종 출시는 내년 1월이지만, 11월까지 필요한 주요 기능들을 마무리 해서 사용자 일부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그게 다음주이고 아직 갈길이 한참 멀어서 다음주까지 할일이 태산이다ㅠㅠ 같이 일하던 프론트 직원분도 백엔드로 가시고 새로오신 리액트 경력자님과 나 둘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기획도 아직 수정중, 백엔드도 아직 수정중이라 아마 다음주에 다 못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불안해하면서 리액트 경력자님께 "우리 기한 내에 다 끝낼 수 있을까요?" 여쭤보니, 그 개발자님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제가 특전사 출신이라 원래는 '안되면 되게하라' 마인드였는데요, 이쪽 일을 5년정도 해보니 '안되는건 안되는거'에요. 일단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후에 안된 것들에 대해서 대책을 생각해보면 돼요"라고 말해주셨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일을 할 때에는 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 후에 안되는 것에 있어서는 왜 안되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는게 맞는 것이다. 이쪽 일은 사람의 머리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쥐어짜 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미리부터 안 될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건강도 챙기고 잠도 잘 자면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런 급한 상황에서 블로그를 쓸 여유를 잠시 되찾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던 것 같다. 미친듯이 달리다보니 오늘 잠시 번아웃이 온 상황이었다. 그동안 재밌게 했던 코딩이 갑자기 하기 싫어진 오늘, 그동안 밀려있던 두 달치 우여곡절을 적고 보니 참 열심히 지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 백신 2차를 맞고 몸살에 두통에 컨디션이 안좋았는데도,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고 겨우겨우 까다로운 백엔드 개발자님 입맛에 맞는 api 요청을 잘 마무리 한 상황이다. 이런 일을 맡아주기로 한 기획자님이 있지만 진도가 너무 느린 상황이라서,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일도 도와주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일이 제때 안 끝나면 다음주의 내가 너무 자책을 할 것 같아서 미리 채찍질을 하며 달리고 있었던 건데, 오늘은 채찍질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오션뷰와 예쁜 하늘을 즐길 수 있는 당근을 좀 주고 머리가 식혀지면 다시 작업을 하도록 해야겠다.
그동안 고생했고, 앞으로도 고생은 해야하는데... 그래도 나를 잃진 말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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