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 오래고... 오늘이 3월 1일이니 벌써 입사한지... 에엥?? 9개월???
만 9개월이 지났고 이제 10개월차다...ㅎㄷㄷ
감사하게도 다음글은 왜 없냐고 댓글로 물어봐주신 분들도 계시고 나도 계속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밀린 숙제가 쌓이는 느낌이 들어서 오랜만에 밀린 일기를 적어보려 시작은 했는데...
초딩때 왜 선생님들이 일기는 밀려서 쓰면 안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있었던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ㅋㅋㅋ
이 블로그 일기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만 쓰게되는데,
5개월차에 쓰고 거의 4개월이나 지난 이제야 쓸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그동안 그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천천히 하나씩 끄집어봐야지.
먼저 한 6개월차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먼저 써보겠다.
1. 새로온 10년차 서버개발자님의 활약, 기획자들과의 마찰
우리 회사의 서비스는 출시하면 바로 사용하겠다고 약속된 고객(전국에 100개 넘는 체인점이 있는 운동회사)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줄 수 있도록 기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기획자는 고객사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정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했고, 새로온 사람들에게 그 개념을 알려주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의문이 생기면 기획자에게 문의하고 정리하면서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객사가 꽤 큰 회사이면서도 그동안 시스템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던 회사이다보니, 아무래도 기획을 한번에 파악하는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나다보니 우리 기획자가 잘못 알고있었거나, 고객사의 본사에서 잘못 알려주거나 한 기획들이 많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도 많이 알게되었고 그 때마다 우리 모두 모여서 기획을 수정하고 디자인과 개발도 수정하면서 일을 했다.
다행히 당시 서버쪽에 경력이 많으신 개발자님이 새로 오신 상태여서 그 전에 엉성하게 잡혀있던 아키텍처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정리해주시고, API도 문서 페이지를 별도로 만들면서 계속 업데이트 해주셔서 백엔드와 프론트엔드와의 협업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온 서버개발자님과 마찰이 큰 직군들이 있었는데, 바로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었다. 사실 우리회사에 기획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팀(웹개발팀)의 팀리더와, 웹개발팀의 디자이너, 앱개발팀의 디자이너가 기획겸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 제일 주축의 기획자는 우리팀의 팀리더였다. 이분은 회사 초기부터 함께 기획을 했기 때문에 모든 히스토리를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버개발자분도 이분을 붙들고 모든 기획에 대해서 간단한 개념들부터 복잡한 시스템까지 처음부터 캐물어가며 기획을 다시 정리했다.
저 과정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싶을 정도로 중요한 기간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서버개발자님의 완벽주의적 성격과 남들을 비난하는 말투 때문에 같이 일하던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옆팀 디자이너가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을 술한잔 하면서 다독여 주며 말렸고, 우리팀 디자이너는 아직 대학교 막학기인 인턴이어서 내가 중간에서 중재해주려고 많이 애를 썼던 시간이었기도 하다.
다행히 기획이 좀 정리가 되고 나니 그 서버개발자님과도 꽤 돈독해지고 같이 화합하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2. 고객사 시연 및 MVP 테스트 (2021년 11월)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우리회사의 출시일이 11월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개발을 시작하고 나니 작업량에 비해 11월 정식출시는 말도 안되는 기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 대표님이 고객사와 협의를 해서 출시일을 다음 해 1월로 미뤘다.
하지만 고객사에서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는지 11월에 그동안 했던 작업들을 보기를 원했고, 우리도 매장 한군데에서 테스트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11월까지 가능한 부분들 위주로 MVP(Minimum viable product) 버전을 출시하고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11월까지도 아직 서버 재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웹개발팀은 모든 데이터를 임시 객체 데이터로 만들어서 recoil로 crud를 임시로 구축해서 고객사 본사에서 시연을 했다. 생각해보면 각각 페이지에서만 동작하게 했으면 복잡한 작업이 아니었을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 생성한 데이터를 모든 다른 페이지에서 crud가 연동되게 하려고 데이터를 다 연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고 서버가 없는데도 실제로 서버에서 돌아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 덕분인지 시연은 무사히 마쳤고 고객사에서도 꽤 만족스러워하는 반응이었다.
시연을 마친 후 슬슬 서버가 정리가 되고 웹쪽 api도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힘들게 붙인 리코일 코드를 힘들게 다시 떼내고ㅋㅋ 급하게 api를 새로 붙이면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단시간에 api를 붙여야 하니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동안 임시데이터가 있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서의 null체크, 유효성검사 등등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에러가 계속 터졌고, 매일매일 버그와의 씨름이었다.
그렇게 피땀눈물로 mvp버전을 완성했고, 드디어 매장 한군데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 때 처음으로 운영서버에서 실제 고객들의 데이터로 앱과 웹을 연동하는 테스트를 해 본 것이었는데, 내가 맨날 지긋지긋하게 보던 이 웹사이트와 앱을 누군가가 실제로 쓴다는 느낌을 받으니 엄청 새로운 느낌이었다.
개발자 인원 외에는 테스트 인력이 없었던 관계로, 출시 전까지 계속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누군가가 쓰면서 오류 나는 부분들이나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워하는 부분의 피드백을 해주니 우리도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추가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3. 팀 리더의 퇴사, 새로운 팀 리더 기획자 입사
당시 우리 회사는 크게 '웹개발팀', '앱개발팀', '서버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 웹개발팀의 리더는 우리 대표님과 대학교 동창으로,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부터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이 분은 기획 경력과 개발경력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고 우리 회사에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일을 제안받아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매니징해 본 경력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 본 경험은 없었고, 주로 대기업에서 어떤 파트의 테스트나 이슈에 대한 기획 정도만 진행하셨던 것 같다.
새로운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대기업처럼 세세하게 일을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고, 개발자로서는 주니어에 가깝지만 개발팀의 리더 역할을 하려다 보니 본인의 실수나 실력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엄청 애쓰는게 느껴졌다. 사실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라리 솔직한 심정이나 실력을 털어놓고 같이 개선해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급한 일을 숨기거나 대충 덮어놓고 넘어가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나도 좀 답답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팀 리더님의 리딩하에 개발을 하는 몇개월은 정말 답답했지만, 다행히 대표님이 리액트 경력 개발자를 뽑아주셔서 그분이 오신 뒤에는 그분에게 리액트를 배우고, 그분이 만든 코드를 뜯어보고 배우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팀 리더님은 그 쯤에는 서버개발자와의 기획 협의를 위해 잠시 손을 떼고 일정 관리와 기획쪽 일만 하게 되었다. 나는 솔직히 그 분이 기획쪽을 맡고 개발에서 손을 뗀 뒤부터 오히려 더 편하게 일하게 된 것 같다.
그러던 12월 초 어느 날, 대표님이 갑자기 새로운 기획자를 뽑았다. 그래서 '뭐지?' 하고 있었는데 그 새로온 사람이 첫 출근을 한 날, 우리 팀 리더가 그 다음주에 퇴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개월동안 같이 일을 해도 아직도 다들 기획이 파악이 안될 정도로 복잡하고 바뀐게 많은데, 1주일만에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겠다고...? 결국 마지막 일주일도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못하고 그는 떠나갔다.
나는 또 대표님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했다. "저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던 사람이 나가는거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 그리고 인수인계를 할 시간은 생각해서 사람을 뽑아야 하는게 아니냐. 이걸 새로오신 분이 어떻게 일주일만에 다 익혀서 팀 리더를 할 수 있겠느냐." 하니 대표님 본인이 기획은 같이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새로오신 분과 한 달 정도 같이 일을 했나.. 결국 우리 대표님과 같이 붙어서 일을 하게 된 새로온 기획자님은 한 달만에 이 사람과 일을 못하겠다며 짐을 싸서 떠났다... 하지만 우리도 그 과정을 다 봐왔기 때문에 아무도 붙잡을 수 없었다. 그저 그분의 기억에서 그 한달이 너무 충격적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획자 없이, 팀리더 없이 일을 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개발공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트업 신입개발자 첫 출시일에 서버 터진 이야기 (12) | 2022.03.06 |
---|---|
스타트업 신입개발자 생존기 - 송년회와 새해, 번아웃과 무기력증 (3) | 2022.03.01 |
스타트업 신입개발자 다섯 달 생존기 (8) | 2021.11.13 |
스타트업 신입개발자 세 달 생존기 (4) | 2021.08.28 |
스타트업 신입개발자 두 달 생존기 (2) | 2021.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