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말 오랜만에 생존기를 적는다.
눈코뜰새 없이 바쁘던 중 1년이 또 지났고, 퇴사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결심하게 되었고 이미 퇴사를 했다.
지금은 퇴사한 지 벌써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상태이다.
그동안 이번 회사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많은 썰을 풀지 않았다.
그만큼 일이 너무 많았고 내 인생에도 여러 변화가 생겨 바쁘기도 했던 것 같다.
개발자가 된 후 다녔던 첫 회사에서는 개발자와 스타트업 직원으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살았다면,
이번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개발을 하고 새로운 기능들도 이것저것 출시하며
내가 뭘 느끼는지 보다는 고객들의 반응과 사업의 성장에 대해서 더 고민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번에 다니던 회사는 과거에 꽤 유명했던 서비스를 접고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한 곳이었다.
그래서 경력직 개발자들이 많은 곳이었고 3~5년의 레거시 코드를 기반으로 일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레거시가 많은 만큼 나도 그 코드들을 파악하기 위해 몰랐던 개념이나 기술들을 새로 배워야 할 게 많았다.
초반에 급하게 만들며 넘긴 기술부채와 개선사항들이 많은 편이었고 계속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어서 급한 일들도 항상 많이 쌓여있었다.
그만큼 일이 복잡하고 양도 많다보니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어도 금방 그만두기 일쑤였다.
사람이 항상 부족했지만 꾸역꾸역 그 일들을 다 해내고 회사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오기가 생겨서
그 동안 취미생활도 인간관계도 좀 내려놓고 일이랑 공부에만 열중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내려놓지 않고는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없겠다는 판단이었다.
일이 너무 바빠지니 새벽까지 일을 하게되고 꾸준히 붙잡고 있던 산책과 운동도 아예 놔버리고 살았다.
밤낮이 바뀌고 늦게자면 늦게일어나고, 밥도 잘 챙겨먹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건강이 엄청 안좋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처음 입사를 결정했던 조건이었던 재택근무와 자율출근제가 많이 축소되어 통근이 너무 힘들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출근 시간을 점점 앞당기고 전면 통근에 대한 결정까지 고려되고 있었다.
이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한 제일 큰 이유가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되어서였는데
이 회사를 더 다니기 위해 다시 서울로 이사갈 결정을 하게 되니 '꼭 이 회사여야 하나?' 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고민을 한 결과 이 회사가 그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 우리 서비스는 매끄럽지 않게 동작하는 기능과 버그들을 고칠 시간이 없이,
계속 새로운 기능들만 꾸역꾸역 만들어 붙이며 서비스가 방대해지는 중이었다.
윗사람들은 일단 돌아만 가게 만들고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제품을 팔아야하는 영업팀과 이야기하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너무 심각한 불편함이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다 보니 내가 피땀눈물 쏟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나 뿌듯함이 전혀 없고 이걸 쓰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회사측과 여러번 이야기 해봤지만 개선될 여지는 없고 나만 불만 많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퇴사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같이 일하는 팀원이 몸이 안좋아 갑자기 먼저 퇴사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또 같은 팀의 팀원이 한 달동안 장기 휴가를 가야 했다. 그래서 그 기간을 기다리고...
그 와중에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또 엄청 달려야 했다.
팀원의 휴가가 끝나고 새 직원을 겨우겨우 뽑은 시점에서야 퇴사 결정을 이야기 하게 되었고,
새로오신 분에게 한 달이 조금 넘게 인수인계를 해드리고서야 겨우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 결심 후 3개월을 더 다니는건 정말 고통스럽다...)
내가 퇴사를 결정하자 얼마 안되어 회사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 통근을 발표했다...ㅋㅋ
그 동안 나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나 싶기도 하면서 어쩌면 나의 퇴사 결정이 서로 윈윈인 결정이겠다 싶기도 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직원 20~30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에서 10명정도가 퇴사를 했고,
내가 퇴사를 결심하고 인수인계를 하는 짧은 기간에도 두 명이 회사를 그만뒀고,
퇴사 하고 나온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또 두명이 퇴사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누군가 그만두면 다른 사람들이 빈자리를 메꾸겠지만, 이 쯤 되면 회사에서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서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오래 다닌 직원들이 많은 좋은 회사로 성장하면 좋겠다.
여기에 적지 못한 여러가지 사건들도 많이 있긴 했지만 이미 그만두고 나온 시점에서 그런 일들을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1년이라는 길고도 짧았던 시간, 열심히 했고 많이 배웠기에 그 회사를 다닌 것에 크게 후회는 없고
퇴사를 한 후에 인간관계와 건강을 챙기다 보니 퇴사 결정은 정말 잘했다 싶다.
퇴사 후 계획이 딱히 정해진 상태는 아니다.
일단 이번에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의 한계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분간은 회사원이 아닌 일들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물론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고 해서 개발자를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쌓은 기술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자세한 것들은 또 썰이 쌓이면 다음 생존기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세상의 모든 개발자들, 스타트업 종사자들, 회사원들, 사업가들, 공부하는 사람들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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